원스톱 조선왕조 [서평]
조선시대의 대사 건을 한눈에 책 한 권에서 한 줄기로 읽을 기회가 또 있을까.지루하고 귀찮았던 국사 시간에 이런 큰 맥락에서 조선을 이해했다면 내가 아는 조선은 또 달라졌을 것이다. 유교사상을 중시한 조선, 왕들도 이런 유교사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나라를 통치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여성들의 영향력이 강했던 것 같다. 아무도 부모의 뜻을 어긴 아들이 없어 자신의 친자를 왕으로 세우려 했던, 혹은 왕비로 삼으려 했던 그 치열한 순간들이 역사 속에 기록돼 있다.당시 왕들의 압박은 어떠했을까.책을 읽고 가장 놀란 부분 중 하나는 왕들의 재임 기간과 수명이 매우 짧았다는 점.운동부족 때문에 비만이 이유이기도 하지만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정조와 태종이 이룩한 태평성대를 이어받은 세종대왕, 태종이 세종을 왕좌에 앉힌 그의 통찰 또한 놀라움으로 진정으로 운명이란 것이 존재하는지, 어떤 사건, 인물에 의해 왕권이 결정되고 나라의 운명이 좌지우지되었다는 사실 또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조정이 비리에 휩싸여 있었다면 그 정치도 늘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고, 맷돌의 임금 뒤에는 언제나 흐트러진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있는 훌륭한 임금이 그 뒤였으니 숱한 외침과 혼란 속에서도 조선이란 나라는 묵묵히 이어져 온 듯하다.가장 안타까워했던 왕은 인종. 인종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생모인 장경황후가 곧 세상을 뜨고 중종의 세 번째 왕비였던 문정왕후는 심하게 그를 괴롭힌다. 그러나 효성이 지극했던 인종은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문정왕후를 극진히 대해왔고, 아버지 중종이 병이 들 때까지 애처롭게 그 병석을 지켰다고 한다. 그러나 문종황후가 내준 떡을 먹고 병약한 인종은 병약해져 즉위 8개월 만에 죽는다. 문종황후가 그를 독살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확실히 그 시대에 독살은 흔했을 것이다.
책에는 조선 왕을 중심으로 조선 초기 중기 말기까지의 전체적인 시대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왕을 비롯한 측근, 주요 인물, 사건까지 모두 거론돼 책 제목대로 한눈에 조선을 볼 수 있어 정말 좋았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떤 문화를 가졌는지, 궁궐 생활은 어떠했는지에 대한 상세 페이지가 나와 있어 그 또한 흥미롭다.허수아비에 불과하던 철종부터 조선왕조가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깊은 산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글도 읽지 못한 채 왕이 된 철종, 아무것도 못하고 업적 없이 죽자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긴 흥선대원군이 자신의 아들을 내세워 새 시대를 연다. 그런데 흥선대원군이 집안에 들여놓은 고종의 정실비인 민비에게 어찌 이런 비윤리적 법요가 없을까. 국사시간에 단순히 흥선대원군은 천주교를 탄압하고 외세를 철저히 배격시키는 보수정책을 폈고, 명성황후인 민비는 문호를 개방하여 일본처럼 외국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배웠는데, 책을 읽고 그 속에 여러 가지 사정이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흥선대원군과 민비는 서로의 입장에서 국가를 생각하겠지만 권력다툼에 반대 아닌 반대를 했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더구나 청나라와 손잡고 흥선대원군을 치려 한 것은 내가 지금까지 생각해 온 민비와는 대비되는 이미지다.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원스톱 조선왕조책을 읽는 내내 학습을 한다기보다는 거대한 대하드라마를 한꺼번에 본 느낌이다. 어렸을 때 사극을 좋아했기 때문에 사극에서 보여줬던 몇몇 대표 왕들에 대한 이미지가 새겨져 있었는데 역사의 흐름을 한눈에 본 뒤 이것도 역사 분석 나름이지 내가 생각한 이미지, 드라마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왕들의 이미지와는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한 번의 흐름을 크게 읽고 자세하고 관심 있는 부분을 파악해 나가다 보면 지금까지 몰랐던 진정한 역사의 의미와 재미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